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문제는 이제 단순히 사용량을 줄이는 감축 노력이나 배출된 가스를 모아 저장하는 포집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국면에 들어섰다. 에너지 소비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과 종류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단기적·부분적인 대응으로는 기후 위기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산업 공정에서 대량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메탄, 불소계 탄화수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근본적으로 다루기 위해 ‘전환’이라는 개념이 들어서기 시작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온실 가스 배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방법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화학 소재 및 공정 관련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연구 분야가 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국가적 전략을 세워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탄소전환연구실은 바로 이러한 요구 속에서 2020년에 출범했다. 국제 협약과 관련 국내법 개정으로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되던 시점에 만들어진 연구실은 화학 소재 연구와 공정 기술 연구를 중심으로 탄소중립 사회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 기초 연구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 개발을 지향하며, 중견·중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기술 보급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연구실은 크게 두 가지 분야에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먼저 국제적으로 강력한 규제 대상이 된 불화탄화수소와 메탄을 근본적으로 처리하는 기술이다. 이 물질들은 온실가스 중에서도 지구온난화지수가 매우 높아 국제 사회가 단계적 감축을 합의한 상태다. 탄소전환연구실은 장수명 고효율 촉매를 개발해 안정적으로 분해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반응 공정도 병행해 연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구가 진행 중인 분야는 산업 공정의 에너지 사용 구조 자체를 바꾸는 기술이다. 기존의 제철·화학 설비는 고온의 열에너지를 기반으로 운영되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 배출이 불가피하다. 연구실은 이러한 열에너지를 전기로 대체하는 ‘전기화 공정’을 개발해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 가스 배출을 원천 차단하는 기술적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