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방울 없는 사막에서 물줄기를 찾는 일은 더이상 허황된 상상이 아닌 시대다. 인류는 이제 에너지 자립이라는 숙제를 안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기술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 그 중심에는 ‘수소’가 있다. 오랫동안 ‘미래 에너지’로만 불리던 수소는 이제 현재형 에너지로 전환되고 있으며, 에너지의 패러다임 자체를 새롭게 구성하려는 전 세계적 움직임이 거세다.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수소 생태계 조성에 뛰어들고 있고, 이는 기술력과 자본, 정책이 총동원되는 대전환의 전선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소가 단순히 친환경이라는 이유만으로 미래의 주인공이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가능성은 전통적인 에너지 시스템의 한계와 위기가 수소를 ‘대체재’가 아닌 ‘주체’로 떠오르게 만든 데 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변동성, 전력망의 제약, 탄소배출 규제 강화 등 복합적인 요인들은 에너지 저장과 운송, 변환을 아우를 수 있는 수소의 특성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수소산업은 기존의 산업지형을 재편하는 핵심 축이자, 국가 단위의 에너지 안보 전략으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물론 미국, 일본, 중국 등이 앞다퉈 수소 전략을 발표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소에 막대한 투자를 집중하는 이유다. 특히 산업용 고온열 수요, 수송 부문, 분산형 전력 등에 적합한 수소의 장점은 공급망 전반을 아우르는 융복합 기술과 만나면서 독자적인 산업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수소를 얼마나 ‘현실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